CES 2024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직접 CES를 참관하였고, 여러 부스를 돌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CES 2024를 총평하고자 합니다. 너무 많은 회사와 제품들이 소개되는 CES라 모두 다 다루기는 쉽지 않아 12가지의 핵심 토픽을 뽑았답니다. CES 2024 리포트를 작성하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전통 기업의 테크 기업화
작년 존 디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포문이 열리더니 올해는 로레알이 그 바통을 받았습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기술에 투자하고, 여러 인수 그리고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의 결과 이번 키노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이외에 HD 현대, 두산 밥캣 등 전통 기업에 해당하는 회사들의 테크 기업화는 시대의 요구이지 않나 생각 됩니다.
2. AI is everywhere.
GPT나 LLM도 일부 선보였지만 이는 ChatGPT가 등장하고 나서 올라간 관심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실제 CES 2024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가지고 나오기에는 그 준비 기간이 짧은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일부 기업들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컨셉을 이야기했지만 양산 수준으로 보기에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며, 아마도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적용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 생각되네요. 대신 대부분의 제품에 AI는 기본이 되었고, 이는 해당 제품의 본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몇 년전부터 소개되던 것들이 이제는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기본이 되었는데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닌.. 안하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3. 가전 회사들의 혁신보다는 현실 선택
LG전자, 삼성전자 등 글로벌 리딩 가전업체들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들 기업에 다녔고, 실제 CES 전시도 총괄해본 경험에 비춰본다면 혁신적 이미지를 가져가기 보다는 현실의 선택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10여년전 CES는 양산이 임박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만 코로나 직전에는 그해 양산보다는 혁신을 더 보이기 위한 경쟁으로 치달았습니다. 이 부분이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간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혁신 제품들, 예를 들어 LG전자 투명 OLED T, 삼성전자의 불리 등이 올해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이 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4. 신소재,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탄소저감 도전의 확대
ESG의 환경 부문에서 플라스틱 리사이클, 탄소저감이 강조되면서 이를 위한 소재들을 주요 비즈니스로 들고 나오는 기업이 늘어났습니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closed loop 완성을 위해 이러한 시도를 강조하고 있고요.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모두 이런 맥락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연구 기반의 창업이 많은 탓인지 신소재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은 몇 년 이내에 이쪽 산업의 변화 또는 시장 확대를 점쳐볼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5. 로봇은 B2B나 특수 목적형으로 숨고르기, 가정용 로봇 시도 그러나 국내 대기업의 재탕
작년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로봇은 올해는 숨고르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잔디깎기, 눈치우기, 수조나 해상오염물 청소 등 특수 목적형 로봇과 서빙 등 B2B로 판매될 제품들이 여전히 시장을 개척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로봇은 중국 기업들이 숨은 강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본격 CES 침투가 없어서 약간은 미지근한 느낌이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가정용 소셜 로봇으로 LLM 기반으로 대화와 맥락을 이해해서 이전에 비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 로봇을 삼성전자의 불리와 LG전자의 이름이 없지만 귀여운 로봇을 들고 나왔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3년전 같은 이름의 불리를, LG전자는 5년 가량 전에 롤링봇을 CES에서 선보였다가 출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출시를 선언하였으니 이 시장의 변화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 또한 알렉사 기반이기는 하나 이들도 계속 도전하고 있으니 알렉사가 LLM 기술로 확대되면서 사용성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또한 로봇으로 시작하였지만 인접 영역으로 지켜보면 재미있을 관전 포인트라 생각됩니다.
6. 스마트홈 부스의 외연확장과 느낌적 축소
작년에는 matter를 강조하면서 스마트홈에 상당한 힘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해는 외연만으로 보면 유레카관 1층의 한쪽가지도 스마트홈 카테고리의 부스들이 있던 것처럼 외연은 넓어졌습니다. 다만 실속 중심의 확장이라 느낌적으로는 꽤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matter는 이제 기본 탑재를 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matter가 약속한 것을 실제 이행하지 못했던 부분..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통일되지 않았던 큰 가전사들의 합종연횡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부분… 그 이면에는 가전사들의 재료비 상승에 따른 부담 등등을 고려해볼 때 여전히 갈길은 멀어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큰 변화는 지속되는 느낌이었습니다.
7. 국가대항전이 된 유레카관 1층과 2층으로 확대된 국가관들
길게 쓰면 쓴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유레카관 반정도를 점유하였고, 기존에 1층을 사용하던 몇몇 국가(독일 등)들은 2층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스타트업 공간은 국가대항전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었고, 양이 질을 만든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8. 푸드테크, 뷰티테크, 디지털헬스로의 연결고리 확장
푸드테크가 작년부터 선보였고, 뷰티테크 또한 올해 로레알을 비롯하여 아모레퍼시픽 등 큰 기업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습니다. 디지털헬스 영역은 원래부터 CES에서 참가 기업 숫자로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만큼 올해도 다양한 기업들이 선보였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본다면 이들의 수준이 아주 낮게 인지될 수 있지만 바이오 관점에서 보더라도 동물실험 이후 음식으로 섭취하고, 이를 피부에 바르고, 이런 축적 이후 제약으로 이어지는만큼 테크 관점에서 이들의 연결고리가 앞으로 생기지 않을까 기대되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초보 단계이고, 동시간에 열린 JP Morgan Healthcare 컨퍼런스에 등장하는 기업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디지털 헬스케어로만 좁혀 보더라도 이전에 비해서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양산까지 가 있거나 FDA 승인까지 받은 제품은 몇 개 되지 않았답니다.
9. 전기차, 전기오토바이, 전기스쿠터를 넘어 전기중장비, 전기보트 등 모든 모빌리티로의 확대 지속
현대차의 수소에 대한 새로운 전략 선언이 있었지만 이번 CES 2024에서도 전기로의 모빌리티 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터필러의 중장비가 전기로 구동되고, 이를 위한 에너지 관련 제품들도 별도의 솔루션으로 제공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 메타버스는 위축, 산업용 집중의 경향
메타버스 또한 별도의 존을 구성하여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획기적인 변화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 또한 다양한 도전의 양이 질을 만드는 것처럼 작년에 이어 개별 솔루션, HMD, 햅틱 보조장치 등의 다양한 주변 기기들도 꾸준한 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애플 비전 프로에 묻히기도 했고요.
대신 큰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다쏘(프랑스), 지멘스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디지털 트윈의 강자들이고, 실제 비즈니스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이라 이들이 선보이는 전략등은 관심이 갔습니다. 디지털 휴먼을 들고 나온 다쏘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큰 감흥이 없을 전시였겠지만 다양한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트윈으로 만들기까지 그들이 쌓아온 기술력과 데이터, 이에 대한 정교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11. 인류를 위한 기술, 약자를 위한 기술의 응원
CES 2024에서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기술들은 시장성을 떠나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분야인데 올해도 이러한 기술들이 선보이고, 많은 혁신상을 받은 부분이 좋았습니다. 의수를 대체할 로봇팔, 수전증을 가진 분들을 위한 화장품과 보조기구, 웨어러블 로봇, 공기중에서 물을 생산하는 기기, 바닷물을 적은 에너지로 민물로 바꾸는 기술 등을 봤는데 모두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2. GPT 등의 AI는 기대이하였지만 AI칩 등의 도전이 시사하는바는 큼
퀄컴 등 큰 기업들의 AI칩에 대한 이야기는 사업으로 접근해야하겠지만 스트타업들의 AI 칩을 위한 도전은 성공유무를 떠나 이 시장의 크기가 커지고 있고, 이는 내년 정도에 기대했던 On Device, Edge AI 등으로 확대됨과 동시에 GPT 기반의 의미 있는 서비스로 이어지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CES가 하드웨어 중심의 전시회이다보니 하드웨어에 이러한 AI를 넣고, 성능을 튜닝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 몸풀기를 했으니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 지네요.
CES 2024, 중국의 귀환
CES 2024에 두 번째로 많은 참석을 보이는 기업은 중국 기업입니다. 이번에는 LVCC North hall 위쪽 Westgate 홀 전체가 중국과 홍콩에 기반한 중국 기업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후미진 부스에도 마찬가지고요. 중국 참가기업은 바로 팔 수 있는 제품들을 들고 나와서 세일즈를 목적으로 하는 부스가 많았고, 심천의 이름을 단 이런 부스들이 귀환한 것을 볼 수 있었답니다.
물론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화웨이, DJI 등은 없었지만 로봇청소기의 강자 로보락스 등은 중국 기업이 아닌 것처럼 제대로 세일즈를 잘 하고 있었답니다.
CES를 10년 이상 참관을 해 오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비슷한 전시이기도 하고, 때로는 혁신을 느낄 수 없는 기분도 들기는 하지만 그대로 직접 보고, 만져보고, 대화하면서 얻는 경험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다시 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총 정리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