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위키피디아(Wikipedia)의 통계에 따르면, 인간 사용자의 페이지 조회 수가 전년 대비 약 8% 감소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마지막 신뢰할 만한 지식 창고’로 불리던 위키피디아마저 시대적 변화의 파고를 피하지 못한 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키피디아 트래픽 감소의 원인과 그 배경, 그리고 생성형 AI와 소셜 미디어가 만든 정보 검색의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위키피디아 트래픽 감소는 왜 일어날까?
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에 따르면 최근 위키피디아의 트래픽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정보 접근 방식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단의 Marshall Miller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AI의 부상이 있습니다. Google, OpenAI, Anthropic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검색 엔진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곧바로 요약된 답변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알고 싶다면 위키피디아를 직접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ChatGPT나 Google AI Search에 질문만 입력하면 핵심 정보가 즉시 제시됩니다. 사용자는 클릭 단계를 건너뛰고, 위키피디아 방문자 수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됩니다.

생성형 AI가 만든 정보 소비 구조의 변화
지난 20여 년 동안 검색은 ‘질문 입력 → 링크 탐색 → 정보 확인’의 과정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등장한 생성형 AI 기반의 직접 답변형 검색 구조는 이 단계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Google의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 Microsoft Copilot, OpenAI의 ChatGPT Browse 기능은 사용자가 원문을 열지 않아도 핵심 내용을 요약해 제공합니다. 정보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는 큰 진보이지만,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트래픽 손실로 이어집니다.
위키피디아뿐 아니라 블로그, 뉴스, 교육 포털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긴 글보다 AI가 요약해주는 핵심만 빠르게 읽는 데 익숙해졌고, 이로 인해 원본 콘텐츠의 존재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소셜 비디오 세대의 정보 소비: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트래픽 하락의 또 다른 이유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입니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Google보다 TikTok, Instagram, YouTube Shorts 같은 소셜 플랫폼을 정보 검색에 더 자주 사용합니다.
‘최신 아이폰 기능’이나 ‘우주의 기원’ 같은 주제조차 구글 검색 대신 TikTok 해시태그로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텍스트 중심의 위키피디아가 젊은 세대에게 점점 낡은 정보 형식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MIT 미디어랩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원주민 세대의 약 68%가 텍스트보다 영상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지식이 전파되는 방식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위키피디아의 대응: AI 협력과 출처 표시 강화
위키피디아는 이런 변화를 수동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AI가 자사 콘텐츠를 사용할 경우 출처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저작권 표시 수준을 넘어, 제작자의 기여를 보호하고 지식의 공정한 순환(Fair Knowledge Attribution)을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위키피디아 내부에서는 AI 요약 기능 도입을 실험하기도 했지만, 일부 편집자들의 반발로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AI가 맥락을 왜곡하거나 편집자들의 노력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AI 협업이 기술 문제를 넘어 가치와 철학의 충돌임을 보여줍니다. 위키피디아의 힘은 사람의 손으로 편집된 신뢰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효율성과 인간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AI 시대,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조건은 ‘출처의 투명성’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신뢰의 기준은 출처의 투명성에 달려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여러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지만, 대다수는 명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직접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해야 하는 시대가 온 셈입니다.
이 점에서 위키피디아의 존재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비록 트래픽은 줄었지만, 많은 AI 시스템이 위키피디아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을 생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이 직접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위키피디아는 여전히 인터넷 지식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Google의 Gemini나 Microsoft Copilot의 ‘정보 출처’에서 위키피디아 링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 방문보다는 지식의 영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자원봉사 생태계의 위기
그러나 트래픽 감소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광고 없이 기부와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운영됩니다. 페이지뷰가 줄면 기부금이 감소하고 신규 편집자 유입도 어려워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키미디어 재단은 ‘새로운 독자층 발굴 프로그램(New Reader Program)’과 ‘편집자 성장 지원팀(Editor Growth Te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흥 인터넷 시장에서 새로운 기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케냐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지역 언어 기반의 위키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되고, 지역 지식을 디지털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트래픽 회복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글로벌 정보 생태계의 확장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위키피디아와 AI의 공존 가능성
AI는 위키피디아에게 위협이자, 동시에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AI가 정보를 더 쉽게 전달하는 경로가 된다면, 위키피디아의 지식은 더 넓게 확산될 것입니다. 핵심은 ‘투명성’입니다. 생성형 AI가 정보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기여자에게 정당한 크레딧을 제공하는 구조를 갖춘다면 지식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될 것입니다.
결론: AI 시대, 인간 지식의 가치 다시 보기
위키피디아의 트래픽 감소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고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모든 문장 뒤에는 여전히 인간 편집자의 노력이 숨겨져 있으며, 지식의 진정한 가치는 출처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AI 요약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클릭 수가 아니라, 지식의 투명성과 인간의 기여를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위키피디아는 여전히 인터넷 지식의 핵심 축이며, 그 가치는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Wikipedia says traffic is falling due to AI search summaries and socia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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