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검색해본 경험이 있다면, 원하는 결과를 찾기 어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어 하나만 입력하면 관련 없는 콘텐츠가 나열되거나, 적당한 결과조차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검색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서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특히 검색 결과가 없을 경우엔, 사용자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추천이 따라오곤 합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넷플릭스 AI 검색 기능 추가를 알렸습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콘텐츠 중 단 1% 정도가 대부분의 시청 트래픽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수많은 콘텐츠에 투자하고도 상당수가 제대로 소비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와 콘텐츠 간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번 넷플릭스 AI 검색 시스템 개편은 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목차
넷플릭스 AI 검색,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이번에 도입된 검색 개편의 핵심은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검색’입니다. 단순한 키워드 입력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질의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딥한 스토리를 가진 디스토피아 애니메이션 뭐 있어?” 혹은 “블랙미러처럼 다크하고 사회 비판적인 드라마 추천해줘”와 같은 문장을 입력해도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테마와 분위기, 메시지 등을 통합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안합니다.
기존 검색 엔진은 이런 요청을 해석하지 못했지만, 생성형 AI는 언어의 의미 구조와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응답을 내놓습니다. 그만큼 사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운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홈 화면 디자인도 새롭게,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넷플릭스는 검색 기능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TV 앱의 홈 화면 구성도 과감하게 손질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디자인은 콘텐츠의 제목과 설명이 한눈에 잘 들어오도록 배치되며, 탐색 기능 자체가 사용자에게 더 인지되도록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바둑판처럼 콘텐츠 카드들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새로운 구성에서는 사용자 맞춤 추천이 마치 대화형 피드처럼 제공됩니다. 이 변화는 AI 검색 기능과도 연결되어, 마치 개인 큐레이터가 필요한 콘텐츠를 먼저 제안하는 듯한 경험을 줍니다.
실제 사용자 테스트, 어디서 하고 있을까?
넷플릭스는 이 AI 기반 검색 기능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오픈AI의 기술을 부분적으로 적용하면서, 사용자 데이터는 보호하되 검색 정확도와 질의 이해력은 높였습니다.
이번 검색 AI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문맥에 따라 응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즉, 알고리즘이 단순 추천을 넘어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추천 시스템 vs AI 검색 시스템, 무엇이 다를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도 넷플릭스가 나에게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는데, 새로운 AI 검색 시스템이 특별한가요?”
기존 추천 시스템은 지난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패턴을 예측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용자가 탐색할 수 있는 범위는 넷플릭스가 미리 준비한 콘텐츠 목록 안에 국한돼 있었죠.
그러나 AI 검색 시스템은 사용자의 요청 자체가 출발점입니다. 예를 들어 “잔잔한 로맨스를 보고 싶어요”, “배경이 유럽이면 좋겠네요”처럼 대화가 이어져도, AI는 이를 기억하고 맥락에 맞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콘텐츠 접근 문제 해결: 숨겨진 명작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다
넷플릭스는 매년 수천 건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제휴 작품을 제작 및 출시합니다. 그러나 정작 대다수의 작품은 시청자에게 닿지 못한 채 주목받지 못합니다. 전체 시청의 80~90%가 극소수 인기 콘텐츠에 집중되는 현실은, 수많은 ‘숨은 명작’들의 손실을 의미합니다.
AI 검색은 이런 문제를 푸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감정, 주제, 장르 등을 자연어로 표현하면, AI는 롱테일 콘텐츠, 즉 틈새 작품들 중에서도 맞춤형 결과를 찾아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스타일의 타임루프 영화”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법정 스릴러”처럼 구체적인 선호를 표현했을 때, 이는 기존 추천 시스템으로는 잡기 어려웠던 결과입니다. 그러나 AI 검색은 이러한 요구를 읽고, 이전에는 가려져 있던 작품을 제안할 수 있게 됩니다.
경쟁 OTT는 어떤 반응?
넷플릭스의 이번 AI 검색 전략은 독보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 OTT 시장 전반의 진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등 주요 경쟁자들 역시 AI 기술을 접목한 검색 및 추천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은 AWS 기반 머신러닝 기술을 자사 OTT 서비스에 적극 활용 중으로, 넷플릭스의 움직임에 본격 대응할 가능성도 큽니다.
결국, 콘텐츠만큼이나 그 콘텐츠를 ‘어떻게 찾게 만들 것인가’가 OTT 경쟁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의 변화: 검색을 브랜딩하라
AI 검색은 단순한 사용자 편의 도구를 넘어서, 넷플릭스가 자사 콘텐츠를 브랜딩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콘텐츠가 사용자 맞춤형으로 등장하며, “이 작품은 지금 당신에게 꼭 맞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이는 그 작품의 가치를 한층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과거 구글이 검색 창 하나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었듯, 넷플릭스도 ‘검색’을 자기만의 언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탐색 여정을 통제하며 콘텐츠에 대한 브랜드 경험도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국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이번 변화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의 넷플릭스 검색은 주로 영어 기준이 많고, 다양한 시청 의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용자들은 실제로 ‘기분에 맞는 콘텐츠’, ‘감정에 기대는 검색’을 더 자주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울한데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걸 보고 싶어요”라는 요청은, 제목이나 장르로 분류된 기존 검색 방식으론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AI 검색은 이러한 ‘심리적 탐색’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한국어 질의 의도 파악이나 번역 정확도 역시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어 기반 AI 기술이 언어 장벽을 줄이면서, 사용자 편의성도 함께 향상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는 DVD 우편 서비스에서 시작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업계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AI 검색을 통해 다시 한 번 ‘콘텐츠 소비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어떻게 찾을 것인가’입니다. 이번 변화는 이 질문에 대한 넷플릭스의 대답이며, 고객 경험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우리가 준비해야 할 변화
넷플릭스의 AI 검색 확장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닙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이며, 미디어 소비 방식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입니다. OTT 산업, 콘텐츠 기획, 디지털 마케팅, UI/UX, AI 기반 검색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라면,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변화는 넷플릭스를 넘어 타 OTT 플랫폼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화의 시대에는 기술을 빠르게 이해하고, 사용자 중심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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