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의 독립리그 야구팀 볼러스(Oakland Ballers)가 최근 특별한 실험을 했습니다. AI를 팀 감독으로 세워 실제 경기를 운영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인간의 직관과 리더십이 강조되는 스포츠 현장에까지 투입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클랜드 볼러스의 AI 감독 실험이 보여준 의미와 한계, 그리고 향후 스포츠와 인공지능이 만들어갈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드리겠습니다.
목차
오클랜드 볼러스의 배경
오클랜드 볼러스는 미국 독립리그인 파이어니어 리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전으로 허전해진 지역 야구 팬들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창립자인 폴 프리드먼(Paul Freedman)은 교육 테크 기업가 출신으로, 사라져 가던 오클랜드의 야구 문화를 되살리고자 이 팀을 만들었습니다.
볼러스는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자존심이자 연대의 상징입니다. 창단 불과 2년 만에 오클랜드에 1989년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그 과정에서 지역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프리드먼은 여기에 테크 분야 경험을 접목해, AI와 팬 참여형 야구 실험을 꾸준히 시도하며 스포츠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데이터, 그리고 AI의 만남
야구는 오랫동안 ‘데이터의 스포츠’라 불려왔습니다. 투수의 구종, 타자의 출루율, 경기 상황별 득점 기여도 같은 수치는 이미 전략 수립의 핵심 요소입니다. 영화와 책으로 잘 알려진 “머니볼” 사례처럼, 철저한 데이터 분석만으로도 팀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러스가 실험한 AI 감독제는 단순한 시도가 아닙니다. AI는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투수 교체, 수비 위치 조정, 대타 기용과 같은 문제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AI가 실제 경기에서 맡은 역할
이번 AI 감독은 볼러스와 협력한 기술기업 Distillery가 개발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OpenAI의 GPT 계열 모델을 기반으로, 100년이 넘는 메이저·마이너 리그 데이터를 학습했습니다. 또한 실제 감독인 아론 마일스의 결정 패턴을 반영해, 사람처럼 판단하도록 훈련됐습니다.
경기 중 AI는 투수 교체 시점, 타순 조정, 대타 선정 등에서 놀라울 정도로 마일스 감독과 유사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이번 AI는 감독을 대체하기보다는 ‘감독의 디지털 분신’이자 ‘결정 보조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팬들의 반응: 혁신인가, 배신인가
실험은 기술적으로 잘 작동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야구의 미래를 미리 본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지역 팬들 중 상당수는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현지 팬들은 “팀이 지역보다는 실리콘밸리 테크 팬들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AI 도입’ 문제라기보다, 오클랜드 팬들이 최근 겪은 상실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몇 년 사이 애슬레틱스, 워리어스, 레이더스 등 주요 프로팀들이 하나둘 도시를 떠났고, 이 과정에서 팬들은 기업 논리에 휘둘렸다는 감정을 깊게 갖고 있습니다. 이번 AI 감독 실험도 일부 팬들에게는 ‘기술 기업의 또 다른 장난’으로 비춰졌던 것입니다.
AI 스포츠 실험, 해외 사례와 비교
AI의 스포츠 접목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NFL에서는 선수 부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대 전술 분석에 AI가 활용됩니다. e스포츠의 경우엔 이미 AI 코치가 전략 시뮬레이션에 적극 투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 상황에서 AI가 감독 역할을 맡아 전술 결정을 내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볼러스의 실험은 향후 메이저리그나 다른 프로 스포츠에도 큰 참조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AI 감독의 장점과 가능성
AI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립니다. 또 경기 중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즉각 전략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 감독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패턴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부담을 줄이는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한계
한편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의 심리나 순간 컨디션 같은 요소는 데이터로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AI의 결정이 수정된 유일한 경우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포수 교체’ 상황이었는데, 이는 인간 감독의 직관이 필요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스포츠의 묘미는 예측 불가능성과 감정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있습니다. 기계적이고 건조한 결정이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을 AI, 감독, 구단 중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모호한 지점입니다.
AI와 스포츠의 향후 가능성
이번 실험의 핵심은, AI가 인간 감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도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향후 스포츠 구단들은 AI가 추천하는 정보를 활용하되, 최종 결정권은 인간 감독에게 두는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선수의 부상 리스크를 사전에 알려 교체 시점을 조언하거나, 경기 중 확률 기반 승산 계산을 제공해 감독의 선택을 돕는 형태가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팬들에게 경기 데이터를 스토리텔링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마무리: 야구의 낭만과 AI 혁신의 공존
오클랜드 볼러스의 실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야구와 인공지능의 경계에서 벌어진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팬들의 엇갈린 반응은 스포츠가 단순한 데이터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스포츠의 본질은 불확실성과 인간 드라마에서 비롯됩니다. AI는 이를 보완하고 확장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실험을 계기로 스포츠가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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